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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기 분리불안 (시작시기, 발달원인, 극복방법)

by essay17324 2026. 4. 10.

첫째 아이를 키울 때, 제가 방에서 나가기만 하면 울음이 터지는 통에 처음엔 그냥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전부 분리불안이었는데, 당시엔 왜 이렇게 유난스럽지 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기 분리불안이 왜 생기는 건지, 어떻게 대처하면 조금 덜 힘든지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봤습니다.

분리불안 시작시기와 발달원인, 알고 나면 덜 억울합니다

아이가 생후 6개월을 넘어서면서 갑자기 엄마만 찾는 시기가 옵니다. 그 전까지는 옆에 누가 있든 잘 놀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제가 시야에서 사라지기만 하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웁니다. 처음엔 제가 뭘 잘못한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오히려 뇌가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라고 합니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대상 영속성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쉽게 말해, 눈앞에 없어도 그 대상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양날의 검이에요. 엄마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되니, 어디 있는지 모르는 공포가 동시에 생겨버리는 거죠. 그러니 울 수밖에요.

분리불안이 가장 심한 시기는 생후 10개월에서 15개월 사이입니다. 걷기 시작하고 세상이 궁금한데, 막상 혼자 탐색하려니 무섭고, 그렇다고 엄마 곁에만 있자니 답답한 양가감정이 충돌하는 때입니다. 소위 엄마 껌딱지가 되는 시기가 바로 여기입니다. 만 3세 이후가 되면 어린이집 등 사회적 경험이 쌓이고, 엄마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걸 몸으로 학습하면서 서서히 완화됩니다.

아이 기질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제 아이는 적응이 느린 편이라 어린이집에서도 6개월 가까이 힘들어했습니다. 주변에 금방 잘 적응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뭘 잘못한 건지 자책도 했는데, 그건 기질의 차이일 뿐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극복방법, 숙제처럼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분리불안을 극복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미션을 완수해야 할 것 같아서 괜히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방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아이 입장에서 이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먼저 떠올려보는 겁니다. 해외에서 엄마랑 단둘뿐인데,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엄마가 예고도 없이 사라진 것과 같습니다. 그만큼 무서운 상황이에요.

 

제가 실제로 효과를 봤던 건 생중계 방법이었습니다. 아이가 울어도 달려가지 못할 상황일 때, 계속 목소리를 들려주는 거예요. 설거지할 때는 엄마 설거지하고 있어, 청소기 돌리고 있어, 금방 갈게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아이가 그걸 다 이해하겠어요? 아니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반복하다 보면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은 기다려주더라고요. 소리 자체가 존재의 확인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절대로 몰래 나가면 안 된다는 것도 제 경험상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가 울까봐 살금살금 도망가면, 아이 입장에서는 예고 없이 사라지는 공포를 학습하게 됩니다. 저는 외출할 때 울더라도 눈을 맞추고 엄마 곧 올게, 사랑해 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처음엔 제 마음도 무너졌지만, 한결같이 반복하다 보니 아이가 엄마는 꼭 돌아온다는 걸 서서히 받아들이더라고요.

 

까꿍 놀이가 이 시기에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경험을 놀이로 반복하면서, 아이는 없어진다고 영원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몸으로 배웁니다. 제가 첫째 아이랑 숨바꼭질을 하다가 너무 꽁꽁 숨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웃기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는 신체 일부가 보이도록 허술하게 숨는 걸 기본으로 했습니다. 이제 5살이 된 아이는 제가 숨을 장소를 미리 다 알아서 금방 찾아버리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는 항상 거기 있다는 믿음이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 등원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둘째를 가진 후 첫째가 다시 등원할 때마다 울음바다가 됐는데, 그럴 때도 단호하지만 따뜻하게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슬픈 표정으로 오래 서 있으면 아이가 더 불안해합니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는 그걸 그대로 흡수하거든요.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건, 요즘은 오히려 아이보다 부모가 분리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입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부모 자신을 위해서도, 서로 독립하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분리불안은 극복해야 할 문제라기보다 아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사라져도 반드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쌓아주는 게 핵심이고, 그 믿음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일관되게, 예측 가능하게, 따뜻하게 반복하다 보면 아이는 결국 알게 됩니다. 지금 힘드신 분들께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또는 심리 상담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증상이 심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소아정신과 등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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